생각하다가Part 2

전문가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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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화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 분야에서는 우리가 직접 치료할 수 없는 케이스를 진단하는 법을 공부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다.

보통 전문가라고 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나니 전문가에게는 또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발견했을 때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내 역할인지 판단하고 그다음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의학에만 필요한 능력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생각보다 자주 자신의 역할이 아닌 문제까지 붙잡고 있을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인데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거나, 반대로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역할이 커질수록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능력보다 어떤 문제를 누가 해결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것만큼,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아는 것도 중요한 실력 아닐까?

예를 들어 개발자라고 해서 모든 문제를 코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제는 디자인의 문제일 수 있고, 기획의 문제일 수 있으며, 비즈니스 정책이나 법률, 보안, 인프라의 문제일 수도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서 바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항상 올바른 해결은 아니다. 요구사항 자체가 잘못 정의되어 있을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는 만들 수 있지만 비즈니스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기능일 수도 있다. 이때 좋은 개발자는 단순히 “이것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문제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개발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먼저 기획에서 결정해야 한다.” “이 부분은 보안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분야의 문제인지 판단하려면 그 분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보안을 전혀 모르는 개발자는 어떤 문제가 보안 전문가에게 넘어가야 하는 문제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비즈니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사업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제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의 전문성을 깊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주변 분야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넓혀가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이 자신의 분야보다 다른 분야를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조차 명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 분야를 넓게 공부하는 것은 오히려 방향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 대한 기준이 어느 정도 생기고,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넘어 문제를 판단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시야를 조금씩 넓혀야 한다.

내 분야의 문제는 어디까지인지. 어디에서부터 다른 전문가가 필요한지. 이 문제를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전문성이 깊어진다는 것은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점점 더 정확하게 알게 되는 과정에 가까울 수도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연결하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전문가란 어려운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대화를 곱씹어보다 보니 '전문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 하고 어떤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언젠가 더 많은 것을 판단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면, 그때 필요한 것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경계를 이해하고 적절한 사람에게 문제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어쩌면 그것도 전문성이 쌓였다는 하나의 증거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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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비전을 발견하고 이루어가는 모든 경험을 함께하고자 하는 비전 경험 개발자입니다. 비전 경험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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